안녕하세요. 우화입니다:)
오늘은 저의 첫 오마카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뭔가 이래저래 기회가 되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마카세를 먹으러 갔어요:) 제가 효도 겸 소소하게 플랙스를 했답니다. 요즘 오마카세가 워낙 많아서 가게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더 오래 고르고 알아보게 되었네요. 그렇게 해서 찾은 가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이 멀리에서 오시는데 오시기에 위치도 좋고, 미리 연락을 드려서 가게 바로 앞에 주차도 수월하게 했어요.
가격은 평일 런치로 먹어서 1인 60,000원, 그리고 오늘의 사케 도쿠리로 한 병 38,000원 들었어요.
입구가 굉장히 특이했어요. 세련되었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외부가 전부 검게 되어 있어서 깔끔한 느낌도 들었어요. 그리고 금색으로 '만감'이라는 간판이 고급지게 걸려있었습니다. 식당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내부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저희 가족이 가장 처음 도착을 해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가게 내부 모습을 찍을 수 있었어요. 4인으로 예약을 해서 그런지 가장 안쪽의 코너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자리 뒤쪽으로는 자그마한 화분이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바깥은 모두 까만 외벽과 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조금 답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안에 들어오면 딱 포근한 분위기였습니다. 창문도 딱 알맞게 놓여있어서 답답함 없이 식당을 즐길 수 있었어요.
10개(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의 좌석은 모두 테이블 석으로 되어 있고, 자리에 앉으면 물과 손수건 그리고 수저를 차려주십니다. 일단 손수건, 굉장히 좋았습니다. 손수건이 좋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는데, 정말 적당히 따땃하고 향기롭고 깨끗했습니다. 향기가 좋은 로션으로 수건을 삶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손수건에서부터 기분이 좋았답니다.
2023년 2월 22일 기준 메뉴판입니다! 언제 날짜의 메뉴판인지 상당히 중요한 정보로 작용하더라고요. 그래서 날짜를 기입해 보았습니다:)
메뉴판에는 주종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어차피 오마카세라 메뉴는 가게에서 그 순간에 맞는 적절한 제철 생선으로 마련해줍니다. 그래서 가격도 다 정해져 있어서 특별히 메뉴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따라서 가게에서 제공하는 주류를 메뉴판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아, 식사에 대한 설명은 식사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해주셔서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은 호지차였어요. 물 맛이 미묘하게 좋아서 무슨 물인지 여쭤봤네요.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조금 추운 날이었는데, 따뜻한 차로 속을 덥힐 수 있었어요.
'오늘의 사케'라고 해서 가게에서 당일날 제공될 식사와 어울리는 사케를 추천해주는 메뉴가 있는데요. 이 날 추천 받은 사케는 '토요비진'이라는 사케였습니다. 사케 순위 중에서도 상위 3등 안에 드는 사케라고 해요. 저는 이 날 사케를 처음 먹었던 거였는데, 오! 굉장히 맛이 좋았습니다:) 깔끔하고 알콜 향도 크게 나지 않아서 먹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더라고요. 앞으로 사케를 많이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먹은 음식에 대해서 기록을 해볼까 합니다. 총 19가지의 음식을 맛 볼 수 있었어요. 워낙 다양하게 먹게 되어서 메모장에 적어둔 내용을 토대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전복 감자 Ꙭ̮
첫 식사로 전복 감자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게 뭘까 했어요. 바로 앞에서 제조를 하는데 분명 전복을 바닥에 까는 모습은 봤는데 위에 하얗게 덮은 생크림 같은 질감의 음식은 짐작이 안 갔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해주시는 게 감자를 퓨레로 만들어서 전복 위에 올리신 거라고 하셨습니다. 맛을 봤더니, 정말 부드럽고 입안을 포근하게 감싸는 감자의 맛이 입맛을 돋워주었어요. 애피타이저로 제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깔린 전복! 이것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전복 술찜이었나 그랬는데, 엄청 부드럽게 녹아내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말정말 맛있었어요. 첫 음식부터 이렇게까지 맛이 있으니 저절로 기대가 되었습니다.
2. 제주도 갈치 튀김
제주산 갈치로 만든 튀김입니다. 저는 원래 갈치를 좋아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가시 발라 먹기가 싫어서 그랬거든요. 항상 제가 먹었던 갈치는 살도 많이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건 정말 살이 통통하고 부드럽고 달고 가시 하나 없었습니다. 바삭한 튀김이 부드러운 갈치 속살을 만나서 더 맛을 끌어올려주었어요. 순식간에 입 안에서 사라졌습니다.
3. 국내산 생 참치
첫 번째 날생선은 국내산 생 참치였습니다. 한 점으로 간단하게 나온 신선한 참치회는 이후 차례로 나올 초밥에 대한 시작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겉만 살짝 불로 지져서 부드러움과 향을 극으로 끌어올려주었습니다. '타다키'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네, 좋았습니다. 참치는 훌륭했죠.
4. 한치 + 유자 초밥
이 초밥은 꽤 새로웠어요. 유자 향이 강하게 나서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유자향이 은은하게 부드러운 한치와 어울려서 식감도 좋고 향도 좋았어요. 한치는 조금 질길줄 알았는데, 킬집 때문일까요? 정말 부드럽게 씹혔습니다.
5. 광어 초밥
광어 초밥은 평범했어요! 우리는 모두 광어는 익숙하니까요ㅎㅎ 그래도 밥이 참 맛이 있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6. 미소국
건새우로 맛을 낸 아주 깔끔한 미소국입니다. 초밥을 먹고 깔끔하게 입을 씻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시기에 나타난 미소국이었습니다. 작은 그릇이었지만, 한 그릇 뚝딱했습니다:)
7. 일본산 참돔 초밥
굉장히 녹아내리는 맛 좋은 초밥이었습니다. 참돔이라는 이름에 이미 기대가 되었었는데, 충분히 기대가 충족되었어요. 정말 입에 넣자마자 사라락 녹아내린 초밥이었어요.
8. 스페인 생참치 등살 초밥
개인적으로 이건 조금 비렸어요. 부드러웠지만 뭐랄까 저와는 조금 안 맞았던 초밥이었어요.
9. 일본산 방어 초밥
방어 초밥! 겨울이 대방어 철이라 같이 제철 초밥으로 나온 것 같았어요. 방어답게 기름지고 맛있었습니다.
10. 삼치찜
생선찜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이것도 찜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하고 좋았어요:)
11. 스페인 생참치 뱃살 참치 초밥
→ 헛, 이것도 사진이 없네요. 사실 저는 이건 먹기 전에도 조금 비리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저에게는 조금 비렸습니다. 등살을 주셨으니 뱃살도 주시는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12. 북해도산 가리비 관자 초밥
가리비 초밥! 이것도 굉장히 새롭고 맛있었어요! 가리비 초밥은 처음 먹어보는 것 같은데 굉장히 부드럽게 녹아내렸습니다.
13. 초절임한 전갱이 초밥
→ 다 먹고 나서 사진을 찍지 않은 걸 깨달았어요. 어쩔 수 없음을 직감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전갱이 초밥은 페스토 향이 좋았고, 생각보다 안 비렸어요. 하지만 '생각보다'였다는 것이지 비리지 않았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비린 걸 잘 못 먹거든요.
Ꙭ̮ 14. 단새우+성개알 김 초밥
살짝 비릿한 전갱이 초밥 바로 뒤에 먹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정말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저는 성게알(우니)도 처음 먹어본 거였어서 정말 새롭고 충격이었어요. 사실 예전에 학교 수학여행에서 멍게 비빔밥을 먹고 심각하게 비렸어서 그 뒤로 멍게같은? 그렇게 생긴 해산물은 잘 안 좋아해서 안 먹었는데 이건 정말 맛있었어요. 감탄을 하면서 먹었는데, 셰프분께서 정말 신선한 북해도산 우니를 공수해 온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새우도 이름이 '단새우'여서 그런지 정말정말 달았어요. 새롭고 신선하고 맛좋은 초밥이었습니다.
15. 고등어 초절임 봉초밥
한 입이 빵빵하게 들어차는 고등어 초절임 봉초밥이었습니다. 백다시마라고 메모장에 적어두었는데, 백다시마의 출처가 무엇이었는지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네요ㅎㅎ;; 아! 백다시마로 초절임을 했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맛있었어요!
16. 자연산 바다장어 + 뼈로 만든 쯔메 소스
장어가 통실통실하고 가시 하나 없이 살이 가득했어요. 이것도 감탄하면서 먹다 보니, 셰프님께서 살포시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매일매일 가시 하나하나 발라서 준비해두신다고요. 그리고 장어 위에 발린 쯔메 소스는 장어 뼈를 갈아서 만든 소스라고 하셨어요. 통실통실하고 맛좋은 자연산 바다장어 초밥이었어요.
17. 교꾸(일본식 계란 구이)
그리고 이제 코스가 끝나가는 느낌이 물씬 들었던 디저트, 교꾸입니다. 이건 밀가루나 이런 건 하나도 안 들어가고 오로지 계란만 들어갔다고 하는데 굉장히 쫀쫀하고 탱글탱글한 카스테라 같은 느낌이었어요. 편견처럼 가지고 있던 일본식 계란말이의 심각한 당도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담백하고 포근포근한 계란 구이였어요.
18. 마구로 버거
참치를 메인으로 한 미니 버거, 마구로 버거입니다. 디저트로만 끝이 나는 코스가 아쉬울 즈음에 이렇게 색다른 음식으로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어요. 생참치를 가볍게 튀겨서 완전히 익히지 않은 채로 미니 버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사실 빵과 소스 그리고 상추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요. 이 참치 튀김이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참치 까스라고 해야 할까요? 속이 완전히 익지 않아서 가장 처음 먹었던 참치타다키같은 느낌이 들면서 부드럽고 고소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19. 한라봉을 갈아서 만든 셔벗
진짜, 마지막 코스인 셔벗입니다. 아, 이거 진짜 맛있었어요. 솔직히 원픽..? 원픽이라고 하면 앞서 먹은 고급진 스시들이 조금 억울해지기는 하는데, 정말 원픽을 생각할 정도로 맛있었던 셔벗입니다. 정말 부드럽고 시지도 않고 달콤하면서 시원한, 앞서 먹은 조금은 느끼해진 입 안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 디저트였어요. 배가 정말 불렀는데도, 이건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시원, 상큼, 달달 그 자체였던 한라봉 셔벗으로 아주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TMI이기는 하지만, 제가 사드리는 거라고 해서 아버지는 장염에 걸리셨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가주셨습니다. 물론 식사는 정말 맛있게 해주셨지만, 그렇게 좋아하시는 술은 못 드셨거든요. 그래서 저랑 혈육이 정말 맛있게 모든 도쿠리를 마셨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편하게 드실 수 있을 때, 그럴 때 다시 한번 모시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입장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웠던 식사 대접이었지만, 일말의 후회도 없을 정도로 정말 뿌듯한 선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마카세'라는 곳에 눈을 뜨기도 해서, 앞으로 생일 때마다 방문을 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네요.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가게, '만감'이었습니다. 청량리에서 오마카세 잘 하는 집을 찾고 계시다면 살포시 추천을 해보겠습니다. 가게 분위기도 좋고, 셰프님들도 굉장히 준비를 잘 해주셔서 즐거운 추억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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