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유애나

[콘서트 후기] 아이유의 골든아워 | 2022.09.17

woohwa 2025. 1. 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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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오렌지 태양 아래, 찬란한 황금빛이 가득했던, 환상 같던 시간.
2022 아이유 콘서트 공식 포스터 (출처: IU 공식 트위터)

2019년 러브 포엠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코로나 19의 펜데믹에 갇혀 3년만에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길기는 길었는지, 언제 가야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전부 까마득했습니다.

치열했던 선예매 현장

일단 예매를 하는 것부터가 일이었어요. 선예매를 통해서 예매를 했음에도 수많은 유애나 군단에 의해서 원하던 자리는 튕겨지고 마지막으로 시도한 2층 가장 앞 줄에 예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3년 전 ‘러브 포엠’ 공연에서는 선예매 때 한 두 번만에 원하던 구역에 예매했을 정도로 나름 여유로웠었는데, 3년 동안 팬클럽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실감을 할 줄은 몰랐네요.

멜론 티켓에 본인인증 완료하고, 팬클럽 회원 증명 완료하고, 팝업 차단해 두고, 보안 문자 입력을 위해 자판은 영문으로 바꿔두고, 무장은 있는 대로 했음에도 ‘이선좌’와 ‘포도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1층의 첫 번째 열 부분에 결제까지 갔는데도 튕겨나가는 경험을 하며 1시간 동안 긴장을 하며 열을 삭혔더랬죠.

그렇게 힘겨운 예매 후, 한 달. 콘서트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어요. 당일 아침까지도 뭐랄까 콘서트에 간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데 실감이 안 난다고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7시에 콘서트가 시작하니 md도 사야하고 티켓도 현장에서 받아야 하고, 뭐 이것저것 하려면 일찍 가는 게 낫겠지 싶어서 일찍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정도. 상상 이상의 인파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람이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더군요. 날씨도, 물론 비가 오지 않은 것은 감사할 일이었지만, 너무 더웠어요. 무더위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습하고 뜨거웠던 공기는 비루한 저의 체력을 분 단위로 깎아 먹었습니다. 현장 티켓 교환 부스는 이름 별로 다양하게 부스를 운영하여 손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md를 사기 위한 줄과 팬클럽 가입자들을 위한 선물이 준비된 ‘유애나 존’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정말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콘서트 md를 사기 위한 줄은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갔습니다. 물건을 주문하고 계산하고 수령하는 일련의 과정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으니까요. 콘서트를 기념할 무언가를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도 저도 갖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갔고요. 기다리는 시간이 덥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줄어드는 줄과 다가오는 차례를 보며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애나 존의 운영 방식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팬클럽 가입자만 1인 1매 한정으로 예매가 가능했던 선예매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었는지 모르지 않았을 소속사가 그 넓은 부지 중에 고작 4칸만을, 몇 안 되는 직원들만을 배치하여, 그 많은 유애나들이을 팬클럽을 위해 준비된 작고 소중한 선물을 받겠다고 뙤약볕 속에 2시간 가까이 무기력하게 서서 기다리게 만든 상황은 정말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가 진정 아이유의 팬이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라며 놀리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 끝에 생각했던 일정을 마친 시간은 오후 5시였습니다. 본 공연까지 2시간 정도 남은 시간이었지만,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습니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조금이라도 회복시켜야 할 것 같았거든요. 간절하게 지도를 켜서 가까운 카페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걸어서 10분 남짓한 곳에 스타벅스가 있었어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렌 오더로 시원한 커피와 요기를 할 빵을 미리 주문했습니다. 41번째로 주문을 받아준다고 하더군요. 미리 주문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근처 카페와 식당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리가 어디를 가도 자리는 없다는 소식을 지나가다 듣기는 했지만, 전 시원한 음료와 탄수화물이 간절했어서 스타벅스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나 도착한 스탄벅스는 형광 분홍색 팔찌를 찬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습니다. 저는 혼자 앉아계신 분께 부탁하여 그 마주한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1시간 동안 체력을 회복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 때는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어서 성격이고 뭐고 없었네요. 합석을 허락해준 그분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카페 내에서 할 수 있는 이런 저런 준비들을 모두 마치고, 본 공연을 향해 비장하게 출발했습니다. 6시 30분까지 입장을 마쳐주기를 바란다는 공지를 봤어서 6시 정도에 다시 잠실종합운동장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솔직히 공연장을 향해서 돌아갈 때, 정말 있는대로 지쳤었어요. 체력을 회복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이게 처음 도착했을 때의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그 몽글몽글한 컨디션은 돌아오지 않았었거든요. 뭘 먹어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어요. 이래가지고 공연을 즐길 수나 있을까, 응원은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싶어서요.


짐실 주경기장 2층 59구역 6열 시야(사진으로 보이는 것 보다 가까웠습니다!)

다 부질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
정해진 이별 따위는 없어. 아름다웠던 그 기억에서 만나…….

 

9월 중순의 날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낮 동안 내리쬐던 태양이 서서히 저물어가던 오후 7시, 정각이 되자마자 무반주로 들려오던 노랫말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단숨에 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말이지, 카페에서 1시간 동안 회복했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그 한 소절에 거짓말같이 체력이 회복되었었어요.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늘어진 허리가 바짝 세워지고 힘이 빠진 상체에 절로 힘이 들어가면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던 오른팔에는 응원봉을 흔들 힘이 솟아났습니다.

 

공연은 총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제가 구분지은 3부와 4부의 경계가 모호해서 살짝 헷갈리기는 하는데, 저는 4부 구성에 앵콜과 앵앵콜로 이루어진 공연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을 더듬어 각 차례에 어떤 곡들이 흘러나왔고, 그 때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 감정을 남겨보려 합니다.


 # 1부 

에잇 (feat. SUGA)
Celebrity
이 지금
하루 끝
너의 의미 (feat. 김창완)
금요일에 만나요 (feat. 장이정)
팔레트 (feat. G-DRAGON)

 

1부의 시작은 무반주였습니다. 포스터에 나온 제복 느낌의 옷을 입고 힘차게 불러준 ‘에잇’은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었어요. 이담에서 풀어준 사진이 없는 게 아쉬울 다름입니다. 그 큰 무대에 전조도 없이 홀연히 나타나서 고운 목소리 하나만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킨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웅성웅성거리던 4만 명의 관객들이 정말 한순간에 조용해지면서 그 웅장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딱 하나, 오렌지 태양이었습니다. 해가 딱 30분만 늦게 졌어도 정말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 불린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해가 이미 넘어가 깜깜한 밤이 되어 버린 후라 그건 살짝 아쉽더라고요. 그럼에도 정말 완벽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라는 구절이 귓가에 맴돌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공식적으로 마지막 음악이 된 ‘팔레트’를 끝으로 1부가 끝났습니다. 가장 좋았던 때라고 생각했던 25살의 시절보다 현재가 더 행복해져서, 이제는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고 했어요. 앵콜이나 앵앵콜 때, 혹은 어떠한 기회로 비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겠지만, 공식적인 공연 셋리스트에서는 만나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말에 저도 마음 편히 팔레트의 마지막을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응원법이라 생각하니 목이 터져라 부르게 되더군요.

 

그렇게 1부가 끝나고 조금 쉬는 건가 싶은 순간 영상이 재생되었습니다. 찰랑거리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어린아이의 영상이었는데, 해설을 해주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넋 놓고 봤습니다. 영상은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1부의 영상 말미에는 아이가 달에 집중을 했던 것만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 달에 초점이 맞춰지고, 달이 붉게 변하면서 2부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 2부 

2부 시작을 위해 화면에 모래시계가 재생될 때, 사실 제 자리에서는 열기구가 보였었습니다. 처음에는 열기구인지 몰랐었는데, 열기구에 불을 붙일 때 예쁜 분홍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열기구구나! 했어요. 근데 그 안에 타고 계실 줄은 몰랐었습니다. 정말로요. 열기구의 형태와 분위기를 봐서는 ‘strawberry moon’을 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열기구 위에서 부를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공주님같은 모습으로 분홍빛 달을 타고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이 요정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처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는 ‘참 무서웠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말을 해주었는데, 괜히 감동이더라고요.

기사에 제공된 콘서트 사진 (출처: 이담 엔터테인먼트)
strawberry moon
내 손을 잡아
Blueming
어젯밤 이야기
좋은 날
라일락

 

2부의 끝은 라일락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라일락’이 공연의 클라이막스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여주었어요. 이전까지는 항상 ‘좋은날’이 공연의 절정을 알리는 척도였지만, 이제는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좋은날’도 졸업을 할 예정이라 정식 공연에서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30대를 맞이한 지금, 더이상 공연장에 ‘오빠’가 존재하지 않아 떠나보내고자 하고자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덧붙였어요. 사실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난 '러브 포엠' 공연 때 '마쉬멜로우‘를 떠나보낸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귀엽고 상큼한 노래를 부르기에는 세월이 흘러버린 그런 거요. 예쁘게 맞았던 옷들이 이제는 입어도 잘 맞지 않은 느낌이 들어, 졸업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졸업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라일락 응원법을 더 열심히 공부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일락 응원법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이번 공연 때 응원법을 잘 따라하지 못한 게 아쉽더라고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외워서 다음 공연 때는 완벽한 응원법으로 함께하려 합니다. 아 소속사에서도 전광판에 응원법을 띄워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아무리 공부하고 외워도 시험 볼 때는 까먹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잘 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지난 공연 때는 화면으로 잘 보여줘서 덕분에 더 열심히 따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게 살짝 아쉬웠습니다. 노래 가사는 외워도 응원법은 또 달른 영역이라, 쉽지 않았거든요.


>>GUEST ITZY<<

SNEAKERS
달라달라

 

최근에 ITZY의 스니커즈를 굉장히 즐겨 들었었는데, 게스트로 나오니 더 반가웠어요. 자주 들은 덕분인지 본 공연 못지 않게 따라 부르며 응원할 수 있었습니다.


 # 3부 

무릎
겨울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클라이막스가 모두 지나간 3부는 잔잔한 발라드 위주의 공연이었습니다. 신나는 노래는 신나는 대로 관객 모두가 으쌰으쌰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면, 발라드는 오롯이 한 명의 목소리로 온 무대를 가득 채우며 감동을 줍니다. 숨소리 하나애까지 감정선이 연결되어 그 목소리에 4만의 관객이 숨죽이고 집중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신나는 노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보다 더 큰 힘이 있었어요.

밴드 마스터분이 연주해주시는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 하나. 온 힘을 다해서 불러준 무릎은 ‘이대로 잠이 들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미롭고 아름다웠어요. 비슷한 결의 겨울잠까지……. 가수님의 의도대로 1, 2부에서 잔뜩 흥분하며 응원을 하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편안하고 온전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 4부 

다시 생각을 해 보면 제가 4부라고 생각했던 두 곡이 3부에 포함되는 곡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저는 꿋꿋이 4부라고 주장을 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밤편지’의 끝에서부터 ‘시간의 바깥’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저에게 굉장히 충격이었기 때문입니다.

‘밤편지’가 끝나고 영상이 시작되었어요. 역시나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영상 끝자락에 ‘밤편지’ 뮤비에 나오는 것과 같은 반딧불이 나왔는데, 그 반딧불이 갑자기 현실 세계로 튀어나오는 거예요. 반딧불과 똑같은 색의 드론이 하늘 높이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수 십 대의 드론이 한순간에 반짝이면서 현장에 반짝이를 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그리고 드론이 슥삭슥삭 하면서 언니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유애나 로고도 만들어주었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했던 연출이었어서 드론 쇼가 진행되는 동안 멍 때리고 감상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드론쇼의 마지막 모양은 회중시계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시간의 바깥’ 모양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간의 바깥’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론쇼를 통해서 벅차올랐던 감정이 그대로 음악에, 응원에 쏟아졌습니다.

'좋은날' 때였는지 '시간의 바깥' 때였는지 조금 헷갈립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저렇게 요정같고 예뻤어요:)
기사에 제공된 콘서트 사진 (출처: 이담 엔터테인먼트)

 

 

시간의 바깥
너랑 나

 

‘시간의 바깥’과 ‘너랑나’는 세트잖아요. 그래서 ‘시간의 바깥’이 나온 이후로는 항상 ‘너랑나’와 같이 공연이 되었었습니다. ‘항상’이라고 해봤자 두 번째네요. 아무튼 흥겹고 감동적이었던 ‘시간의 바깥’ 이후에 [아이유 참 좋다!]를 외칠 수 있는 ‘너랑나’가 시작되었습니다. ‘너랑나’는 노래가 시작될 때부터 [아이유 참 좋다]를 제시간에, 정확하고 힘차게 외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집중을 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이기도 한 ‘너랑나’에 한마음으로 외친 고백이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외쳤습니다. 아이유가 참 좋다고.


 # 앵콜 

Love Poem
아이와 나의 바다

 

앵콜이 없는 공연이다……, 라고 했지만. 흠흠. 속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앵콜이 없는 아이유 공연? 그건 팥 없는 팥 없는 팥빵과도 같은 의미였으니까요. 첫 번째 앵콜 공은 ‘Love Poem’이었습니다. 이 곡은 처음 만들 때부터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불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었어요. 지난번 공연 때요. 그래서 같이 부를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불렀습니다. 마음에 들어하셨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 곡인 ‘아이와 나의 바다’ 통상 ‘아나바다’라고 불린다고 하더군요. 사실 ‘아나바다’라는 명칭은 이날 공연장에서 처음 들었어서 ‘아나바다? 뭐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그 ‘아나바다’인가? 그게 왜 지금 언급이 되는 거지?‘ 하면서 혼란스러워했었네요. 공연장에 앉아있을 때는 태연히 아는 척을 했지만 말입니다. 공연 이후로, 이제 저에게 ‘아나바다’는 ‘아이와 나의 바다’로 재정의되었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앵콜 공연에서 ‘아이와 나의 바다’의 첫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좋더군요. 5분 16초의 기나긴 곡은 지루한 순간 하나 없이 완벽했고, 행복했습니다.


 # 앵앵콜 

어푸
마음
드라마
에필로그

 

상큼한 어푸 도입부와 함께 편안한 복장의 아이유가 등장했습니다. 앵앵콜이 시작된 거였죠. 목소리를 찾아 본 무대만 찾던 눈이 당황으로 물들었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는 거예요. 알고 보니 돌출 무대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셨더라고요. 무대가 워낙 넓다 보니, 그런 상황도 생기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유님 공연에서 앵앵콜 부분이 미세한 차이로 가장 좋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우위를 차지해요. 편안하고 격의 없는 그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유로움이 좋은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고요. 사실 이번 공연은 10시면 전기가 나간다고 시작 때부터 엄포를 놓았어서, 앵앵콜까지는 기대를 못했었거든요. 앵콜은 하겠지만 앵앵콜은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10시가 넘어가면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온다고 하니, 너무 타당한 이유라 믿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보니 역시나 였습니다. 기다리길 참 잘했구나 싶었어요:)

 

‘어어어 푸푸푸 또 허허허 우우우적 거거거 리더던 시 저저절 나라면~’ 관객을 향해 마이크를 넘겨서 얼떨결에 시작한 떼창, 이 어려운 박자도 수 십 번씩 들었을 유애나라면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서 불렀어요. ‘이게 되네?’하고 놀라던 가수님 모습에 뭐랄까, 괜스레 뿌듯함을 느껴버렸네요. ‘우리가 이런 것도 됩니다!’ 하는 마음이랄까요.

 

‘어푸’가 끝이 나고,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마음’과 ‘드라마’. 딱 한 곡만 더 부를 수 있다고 하셔서 목소리 크기로 정해지게 되었었죠. 압도적으로 ‘마음’을 바라는 유애나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마음’은 유애나를 위한 곡이라서 더 애정이 가는 것 같기도 해요. 다같이 즐겁게 떼창을 한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외쳤습니다. 이렇게 단합이 잘 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유애나의 단합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던 아가수님! 역시나 뿌듯했습니다. 왜죠. 왜 자꾸 뿌듯함을 느끼는 걸까요. 아무튼 그렇게 ‘드라마’까지 자연스럽게 들은 우리에게, 정말정말 마지막 인사로 ‘에필로그’를 불러주었어요.

 

‘용두용미’란 이럴 때 쓰는 말이었을까요. 3년 만의 공연, 그 끝을 알리기에 너무나도 완벽했던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소름 돋았던 도입부부터 모든 공연 잘 들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 주는 것만 같던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당신을 알게 되어 너무나도 기쁘고, 사랑하게 되어 행복했으며 불러준 노래들로 더없는 위로가 되었다고 답해주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딘가 붕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파에 휩쓸려 밖으로 나오는 길에는 습한 공기와 함께 약간은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공연의 감동을 나누는 목소리돌로 가득했습니다. 공연을 향한 약간의 미련과 ‘에필로그’가 준 뜨겁고 잔잔한 여운으로 인해 기분이 몽글몽글했어요. 고픈 배를 움켜쥔 지친 몸은 당장이라도 눕고 싶었고,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고 응원을 했던 성대는 파업을 신청했지만, 두 다리는 착실한 귀가 본능을 가지고 집으로 저를 무사히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도 은근한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연을 본 당일에는 잠도 쉽게 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긴장이 풀려서 더 잠이 오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응원봉(아이크)를 흔들어 댔더니 당시에는 몰랐던 신체적 고통이 침대에 누우니 서서히 느껴지더라고요.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다음날이었던 일요일 콘서트도 현장 예매를 기다렸다가 들어가 볼까 했는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콘서트를 기다릴밖에요. 그때까지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콘★ 정말 해보고싶거든요.

 

너무나도 기다린 공연이었고, 기다린 만큼 기대했고,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아가수님도 충분히 만족스러우셨을까 싶었어요. 우리는 이렇게 좋았는데 말이죠. 기사를 보니 몸이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그런 상황 속에서 이렇게나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아프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다시 만나기를 바라요. 다음 콘서트는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니 이제 두 번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니 건강할 때 다시 돌아와주셨으면 합니다. 조그마한 공연장도 좋습니다. 어디 한번 유애나 군단을 뚫고 예매에 성공해보도록 하죠. 언제, 어디에서라도 좋으니 행복하게 우리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쓰다 보니 마무리가 이상하게 편지같이 되어버렸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아가수님! 좋은 기억 선물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되었어요.♥

 

여운 가득한 마음은 콘서트 플레이리스트로 달래보고 있습니다.

 

즐거웠던 기억의 조각, 여기에 글로 남겨보며

다음에 또 다른 기억으로 만나요:)

 

안녕!


사진은 모두 기사에 첨부된 이담 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한 콘서트 사진으로 가져왔습니다. 최초 제공자가 이담이라 출처에 이담엔터만 적어두었어요! 콘서트 시작 전에 찍어둔 시야 사진 외에는 사진을 찍을 틈도 시간도 없었거든요. 물론 찍어서도 안 되었고요. 저는 이제 콘서트 블루레이를 기다리려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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