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얼마 전 오디오북을 시작했습니다. 책, 그 중에서도 소설을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오디오북은 시작하기가 어려웠어요. 귀로 들어야 하고, 내용에 집중해야 하니까, 온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뇌를 사용하지 않는 작업을 하면서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요.
그래서 시작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서 오디오북을 시작할 만한 조건이 갖추어져서 바로 '윌라 오디오북' 어플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첫 오디오북으로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기 코너에 있기도 했고, 원래 도서 자체가 인기가 많았어서 여기저기서 광고를 봤던 기억이 있어서요. 한번 읽어보자, 아니 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고르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을 자기 전에 듣고 싶은 이야기구나 싶다가도,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면서 듣다가 매번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의미없는 낮 시간을 보낼 때 최선을 다해서 들었습니다. 덕분에 3일 만에 완독을 할 수 있었죠.
제가 들었던, 감상했던 환상적인 꿈 세상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페니가 신입 직원으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를 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꿈 속 세상, 그러니까 우리와 사는 차원이 다를 뿐 꿈을 생산하는 세상 속 한 마을에서 이야기는 진행되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복지가 좋아 모두가 선망하는 기업이고, 페니는 그곳에 면접을 준비합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네 삶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선망하는 기업을 위해서 취직 준비를 하는 그런 모습 말이죠. 이렇듯 우리네 삶과 다를 바가 없는 생활 속에서 이들은 잠에 빠진 손님들을 반기고, 맞이하며 알맞는 꿈을 추천해 줍니다. 페니는 깊은 공감 능력으로 손님들의 상황을 들어주며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즐겁게 꿈을 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단골 손님들이 계속해서 가게를 찾게 할 방법을 궁리합니다. 페니의 그러한 고민들은 왠지 모를 포근함과 안심을 가져다줍니다. 내가 잠들어도 저렇게 열심히 나만을 위해서 꿈을 추천해 줄 사람이 존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즐거운 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우리의 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잠을 자는 동안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하는 물음에 대해서 유쾌하게 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설적인 꿈 제작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담은 꿈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후불로 결제되는 꿈 값이 목적인 제작자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설의 꿈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꿈을 꾼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선물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꿈을 제작하는 일은, 자신들이 제작한 꿈을 꾼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행복해진다거나, 어떠한 반성을 한다거나, 깊은 깨달음 등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바닷속 범고래가 되어 보며 자아를 찾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나를 통해서 잊었던 추억에 확신을 얻기도 하며, 태몽을 점지해주어 미래에 대한 행복을 전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꿈을 예약하여 배송 시스템을 하는 이야기에서 저는 주책맞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서 꿈을 예약 배송하는 어느 집안의 어머니와 홀로 손자를 키우신 할머니. 그들은 모두 배송을 부탁했을 때, 그 꿈을 받을 사람들이 다들 괜찮아진 것 같을 때, 살펴보고 꿈을 배송해주라고 부탁합니다. 부탁마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부탁이죠.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며 만들어진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찌할 수 없을 그리움을 남겨줍니다. 더이상 현실 속에서 보지 못 할 사랑하는 사람을 꿈에서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게 만약 저라면, 정말 깨고 싶지 않을 꿈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번쯤 하던 상상들이 잘 정리되어 글로 엮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도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기도 하고, 꿈을 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야기가 정말 있을 법 하다고 느겨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꾸던 공주님 꿈이라던가, 디지몬 꿈이라던가, 할머니께서 껌을 사주신 꿈이라던가, 가족들이 다같이 어느 악당을 피해서 추격전을 벌이던 꿈이라던가, 뜬금없는 거대한 우주와 같은 세계 속의 꿈이라던가, 정말정말 많은 꿈을 꾸고, 기억하고, 추억합니다. 그래서 그 모든 꿈들이 사실은 어느 훌륭한 제작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꿈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게 되네요. 인상깊은 꿈을 꾼 후 그 꿈을 잊고싶지 않아서 작성한 메모들이 고스란히 꿈 속 세상에 전달됐을 것을 생각하면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요. 대개 그렇게 작성한 메모들은 새벽 감성을 담뿍 담고 있어서 남들에게 내보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운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꿈 속 세상의 외부인들은 더 솔직한 모습을 보이나 봅니다. 아무래도 현실을 벗어난 세상이니깐요.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읽는 동안, 아니 듣는 동안 포근하고 편안했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는 꿈 속 세상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고, 페니의 신입 일기를 가만히 따라가며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사랑스럽고, 나오는 이야기들도 답답한 구석 하나 없어서 좋았어요. 래프라운 요정들이 조금 얄밉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평화로운 이야기 속에서 그 정도의 얄미움은 귀엽게 넘어가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는 이 꿈 속 세상이 포근한 구름 위에 존재할 것 같았어요. 그게 실존하는 구름은 아니더라도 도로가 구름처럼 포근한 느낌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적으로 생각난 웹툰이 하나 있었어요. 만물상 작가님의 '양말 도깨비'라는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만물상 작가님의 그림체가 생각이 났습니다. 뭔가 포근하면서 동화같은 색감이 눈에 선했어요. 아니면 매우 한가로운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 풍경 같은 것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꿈 백화점만 해리포터 재질로 그려졌습니다. 어두운 해리포터말고, 밝은 해리포터요.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대로 무언가가 계속해서 상상이 되는 그러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디오북으로 책 전체를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읽었다고 표현해야할 지, 들었다고 표현해야할 지 조금 헷갈리기는 하지만. 즐겁게 감상했다 라는 표현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처음 '오디오북'을 생각했을 땐 이렇게까지 실감나게 표현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어요. 그냥 텍스트를 읽어주는 것으로 끝이 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저의 오해였습니다. 각 인물들마다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표현도 해주고,해당 장면에 어울리는 음향 효과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꿈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의 이야기가 전환될 때 독특한 효과음을 줘서 '아! 장면이 전환됐구나!'라는 것도 쉽게 깨달을 수 있었어요. 오디오북의 매력에 빠지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로맨스 처돌이인 저에게 있어서 비고와 1번 단골 손님, 그리고 페니와 막심의 로맨스는 포근포근하기만 하던 동화에 아릿할 정도로 달콤함을 선물해주었습니다. 페니와 막심의 달콤한 로맨스가 그려지기 직전에 끝나버린 2권에 눈물을 흘리며, 저는 열렬히 외전을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정말 절실히 외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근하고 달콤하고 한 밤의 꿈과도 같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모두 감상했습니다.
일상에 지쳤거나, 삶에 편안한 즐거움이 필요하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찾아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모두가 즐거운 꿈 속 세상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위의 감상문은 1년 정도 전에 작성한 글이었는데, 여전히 누군가가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항상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꿈과도 같았던 그 순간들이 여전히 기억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주변에 많이 추천을 하기도 해요. 오랜 시간동안 몽글몽글한 감정을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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