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상

[영화] 브로커 (Broker)

유우화 2023. 3. 1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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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은 특별함

브로커는 전반적으로 잔잔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 그리고 범죄의 현장일 것만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면으로 시작이 되지만 영화 속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운 느낌보다는 여름의 바다 냄새가 가득한 장면으로 전환이 됩니다. 조금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평화롭고 다정한 장면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이지는 않게 흘러갑니다. 의도치 않게 엄마가 된 '소영'이 낳은 아이를 '베이비 박스'라는 공간에 넣어두고 돌아서지만, 그다음 날 바로 자신의 아이를 찾으러 돌아갑니다. 그리고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아이를 원하는 부모에게 아이를 판매하기 위해 '소영'이 베이비 박스에 넣어둔 '소영'의 아이를 '상현'과 '동수'가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상현'과 '동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서 나선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목적은 돈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아이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준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에서 기묘한 여행을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 이들의 여행을 처음부터 쫓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진'과 '이형사'는 베이비 박스의 아이를 누군가 불법적으로 빼돌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여행을 처음부터 뒤쫓아 온 형사들이었습니다. 명확한 증거를 잡을 때까지 은밀하게 그들의 뒤를 쫓지만, 그렇게 그들의 행적을 살피면서 그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과 가족 간의 사랑을 점차 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들은 이들이 쫓고 있는 무리, 즉 브로커들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도움을 줍니다. 이 모든 사람이 자기 죗값을 모두 치르고 돌아왔을 때 어려움 없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 것입니다. 특히 다른 이에게 팔릴 뻔한 '소영'의 아이는 대신 맡아주며 주기적으로 엄마와 아이가 만날 수 있도록 주선도 해줍니다. 완벽히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결말로 영화가 끝이 났기 때문에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영상의 풍부함

영화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브로커의 미술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일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전해집니다. 부산, 영덕, 울진, 월미도 등을 오가는 촬영 동안 영화에 어울리는 실질적인 공간을 그려내는 동시에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색감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감상하는 중에도 그 풍경 속 소리와 공간 그리고 냄새까지 모두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요하지만 아늑한 풍경, 특히 노을을 담아낸 장면에서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감독의 소개 영상을 봤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일본인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지만, 작품의 출연진은 모두 한국인이고 배경도 모두 한국입니다. 일본인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이 영화에 모두 담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개인적으로 영화는 메시지가 확실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에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담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등, 현시대의 '가족'은 어떻게 구성이 되며 어디까지를 '가족'이라는 틀로 묶을 수 있을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한 영화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칸'을 포함하여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대사가 많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연기는 표정과 행동 등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굉장히 화면에 얼굴이 가득 담긴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눈동자 속에서도 연기를 해야만 했던 배우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동공 속에서도 감정과 장면의 의미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출 기법은 사실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본 기억이 났습니다. 정적이고 감정이 가득 담긴 그런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물론 영화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기 때문에 즐겁게 봤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늘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러한 특징이 이 영화의 정체성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건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담긴 메시지는 명확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지루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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