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삶 속 피어나는 새싹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큰 꿈을 안고 도시로 올라온 한 젊은이가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꿈을 좇아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지만, 돈과 사람에 쫓겨 짐을 싸서 올라왔던 용기의 배를 들여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고향에 내려온 주인공, 혜원이는 엄마와 살던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렸을 적 엄마와 나누었던 추억을 상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혜원이의 일상은 흑백의 우울함에서 밝은 봄빛으로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을 되찾고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고즈넉한 하루하루 속에서 정말 자신이 먹을 하루 세끼만을 즐겁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심심할 줄만 알았던 시골 생활이 복잡함을 덜어버리고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새싹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하루 수많은 평범함을 안고 삶을 사는 청년들이라면 혜원이의 삶을 십분 이해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버는 족족 생활비로 들어가는 삶, 쥐꼬리만큼 벌지만, 진상도 감내해야만 하는 그런 삶을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서 평화로움을 찾고 오히려 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혜원이의 모습을 통해서 청년들을 비롯한 많은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평안을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혜원이의 일상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푸른 영상미
힐링이 저절로 느껴질 만큼 작품의 영상미가 좋습니다. 어느 시골의 풍경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온전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맞는 모든 자연 풍경을 영화 한 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나라의 계절을 묻는다면, 해당 작품을 추천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나 혜원이가 지내는 작지만, 아늑한 시골집은 그 자체만으로 평온함을 자아냈습니다. 아마도 그 공간에 깃든 추억과 행복이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거친 시골이 외관과는 다르게 한번 리모델링을 거친 듯한 현대적인 주방과 최소한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잘 갖춰진 살림살이들은 저런 곳에서 잠시 잠깐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계절감은 집 밖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절마다 혜원이의 활동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길가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꽃을 배경 삼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여름에는 맑고 청명한 공기를 뒤로 한 채 물놀이하고 개울가에서 수박을 먹는 등 전형적인 맑고 밝은 여름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가을에는 알록달록 물든 낙엽들 사이를 지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겨울에는 잔뜩 핀 눈꽃 사이를 지나며 겨울의 한 공간을 잘라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고 그에 따라 벅차오르는 감정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괜스레 감사해지기도 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요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음식입니다. 해원이가 자신의 몫을 정갈하고, 소박하게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뭐라도 만들어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충동에 휩싸이기 때문입니다. 혜원이는 여기서 음식의 소중함을 언급합니다. 고향에 내려오기 전, 취업 준비를 하며 생활비도 동시에 만들어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사치였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이는 더욱 자신의 끼니에 정성을 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식사'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한 의미는 차치하고서라도 음식이 정말 맛있게 나옵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크림 브륄레였습니다. 해당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음식이었고, 요리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혜원이가 자신이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만들던 순간을 추억하며 해당 디저트를 만드는 장면이 의미가 있고 귀엽고 재미있었습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요리명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자 했던 엄마와 그 요리명을 즐겁게 받아들였던 어린 혜원이의 모습이 생겨나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결국 크림 브륄레를 집에서 해 먹어 보겠다고 열심히 해 보다가 사고를 칠 뻔한 개인적인 기억도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크림 브륄레를 포함하여 곶감도 말리고 소박한 식사도 만들어 먹는 모습이 그저 평화롭고 보기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웠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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