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작품
개인적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큰 팬이었기 때문에,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깊고 진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나 외국에서 먼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언제 한국에서 정식 수입된 영화를 볼 수 있을지 손에 꼽아가며 기다렸습니다. 마주한 영화는 역시나 훌륭했습니다. 베니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과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영화를 감상하던 순간의 배경을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를 보며 미처 몰랐던 과거의 한 부분을 알 수 있었던 점이 즐거웠습니다.
다시 말씀을 드리지만,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계기는 온전히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보러 갔을 때는 달리 특별한 생각 없이 감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영화가 상영작에서 내려갈 때쯤 다시 감상했을 때는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이전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었으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야만 하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 모든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튜링 교수는 전쟁에서 2년이나 더 빨리 이길 수 있게 해주었고, 그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생의 마지막은 당시 법으로 금지되었던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버려졌습니다. 앨런 튜링은 세상이 원망스럽게 바라보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쯤에 앨런과 그를 취조하던 형사의 대화를 살펴보면 전쟁이 끝난 후 앨런이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취조실에서 앨런을 만나면서 형사는 그를 도와주러 왔다고 했습니다. 형사는 처음에 앨런을 독일의 스파이로 의심하면서 그를 조사했지만, 이후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스스로를 숨겨왔음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라도 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와 대화하면서 앨런은 그 형사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해줍니다. 그는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 영국 내에서 비밀리에 조직이 만들어졌으며, 마침내 독일의 암호를 해독한 후에 전투를 완전한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수학적 분석 하에 이겨도 될 전투와 이기면 안 되는 전투를 지휘해 가며 살아왔던 사실을 밝힙니다.
그래서 그는 형사에게 그가 기계였을지, 사람이었을지, 전쟁 영웅이었을지, 아니면 범죄자였을지에 관해서 물어봅니다. 그리고 형사는 그 질문에 판단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다른 사람의 목숨에 대해서 무게를 재어 가며 살아온 인생은 어떤 인생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해야 할 목숨과, 구하지 않아야 할 목숨을 골라내면서 만들어진 죄책감이 스스로를 좀 먹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래는 혼란스러웠던 앨런 튜링의 대사를 적어보았습니다.
"What am I? Mm.. Am I a machine? Am I a person? Am I a war Hero? Am I a criminal?"
출연한 배우들의 깊은 연기력
어느 작품이든 배우들의 연기는 항상 대단하다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번에는 특히 개인적으로 많은 예정을 하는 배우가 출연했기에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는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로 유명합니다. 이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는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실 이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가 어떤 역할을 맡든 정말 그 사람 그 자체인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미테이션 게임' 속에서 그는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의 역할을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이 멋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다른 작품인 '셜록'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셜록 시즌 2, 2화인 'The Hound of Baskervile'을 보면 쉬지도 않고 말을 뱉어내는 구간이 있습니다. 본인도 혼란스러워하면서 추리를 입 밖으로 내뱉는 부분인데, '앨런 튜링'과 '셜록'이 전혀 다른 속도로 말을 하지만 두 인물의 모습이 모두 어울리면서 그 인물 자체를 표현해내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천재이지만 다른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 베니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Keith and Charles, you're both fired.
키아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는 비긴 어게인에서 매력적인 여가수 역할로 처음 만난 배우였습니다. 이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는 앨런을 도와서 '에니그마'를 해독할 기계를 만드는 '조안 클라크'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녀를 통해서 당차고, 똑똑하고, 멋진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주지 않았던 서글픈 과거의 조각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한 마지막 말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동성애자임을 들켜 살아가고자 호르몬 약을 먹는 앨런 튜링을 찾아갑니다. 그 호르몬 약은 말하자면 당시에 불법으로 분류되던 동성애자를 '화학적 거세'를 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앨런은 그 호르몬 약으로 인해서 후유증을 앓고 있었고,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위로의 말을 건네줍니다. 그가 평범했더라면 이 세상은 평화롭지 못했을 것이며 그가 없었다면 평범한 일상이 없었을 것이라고 위로해줍니다.
Do you know this morning, I was on the train that went through a city that wouldn't exist if it wasn't for you. I bought a ticket from a man who would likely be dead if it wasn't for you. I read up on my work, a whole field of scientific inquiry that only exists because of you.
Now, if you wish you could have been normal I can promise I do not. The world is an infinitely better place precisely because you weren't. I think that sometimes it is the people who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that no one can imagine.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영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난 후 영화의 주인공인 '앨런 튜링'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그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자 구글링했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앨런 매티슨 튜링은 1912년 6월 23일 태어나 1954년 6월 7일까지 세상을 살아간 인물입니다. 영국의 수학자이며 암호학자, 그리고 논리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의 선구적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튜링테스트'라는 것이 사용될 정도로 그는 이론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하며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튜링은 1952년 당시에는 범죄로 취급되었던 동성애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감옥에 가는 대신 화학적 거세를 받아야 했던 그는 2년 뒤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죽음을 선택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죽은 후 59년이 지난 2013년 12월 2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크리스 그레일링 법무부 장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튜링의 동성애 죄를 사면하였고, 튜링은 그제야 무죄 판결을 받고 복권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며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로 잘 풀어냈음을 알 수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수학에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보니,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그냥 멋있어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종결시킬 정도의 천재성이라면 그의 능력이 멋지지 않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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